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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 2009/08/31 04:08 | 박예진
이젠 '돌아오다'는 표현조차 식상하다. 게으름으로 버려둔 주제에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지만, 돌아왔다고 말해놓고도 수개월 버려져 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게 되니 그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 되었다. 그저 끄적거릴 일이 있으면 끄적이게 되는 것이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싸이월드를 하면서 그 편리함에, 그리고 그 소통성에 반해서 블로그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싸이와 블로그에 이중으로 글을 올리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 부지런함은 수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퇴색(?)하게 되었다.

무언가가 일어나는 계기는 항상 소소한 것에 있다. 오늘 새삼 끄적이기를 결심한 것도 고등학교 후배 하나가 보스톤으로 어학연수를 갔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이 생각나서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옛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하다보니 싸이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당장 생각나는 것들을, 마치 내 머리 속에서 끄집어낸 양 몇 가지를 일러주고 나서 읽던 김에 예전의 생각들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생각이 깊었을지도 모르고, 예전의 나보다 문장력도 더 좋았고, 한번 생각한 주제가 있으면 꽤나 진득하게 진지한 글을 쓰기도 했었고, 그렇게 생각해보게 되는 주제가 참 많기도 했었다. 시간은 사람을 감흥과 자극에 무디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나보다.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소피의 세계를 읽으면서 몇 번이고 나는 머리가 굳어 세상의 감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고 다짐했었는데, 어느 샌가 나는 원하는 것이 비교적 뚜렷하고(아직 무엇이 될 것인지는 결정하지도 못한 주제에!),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한, 동생에게 가끔씩 훈계하는 모습이 객관화될 때면 영락없는 '옳은 소리만 늘어놓는 잔소리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소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뭔가 판단의 기준이라든가 스스로 생각하는 '옳은' 것들이 굳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뚜렷하게 호불호가 없던 시절에 미적거리던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되어 뿌듯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유연성을 잃어가는 것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일부러 경계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주 가끔씩이라도 잊지 말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켜 줄 수 있어야 할텐데.



2009/08/31 04:08 2009/08/31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