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것들..

분류없음 | 2008/10/30 15:24 | 박예진
#1.

그냥, 갑자기 오후 시간을 보내다가 만성적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제밤
그녀의 입에서 'chronic'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acute'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방향으로든 빨리 결판 짓는 게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현명한 길이라는 생각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드는 생각은 'chronic'이란 단어가 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질병이 만성화되어 오랜 기간 동안 생활 패턴에 따라, 생활 습관에 따라 언젠가는 disease로, 언젠가는
risk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사람 곁에 머무르는 것처럼, 특정한 '순간'에는 그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더라
도 아예 보지않고 듣지않고, 인정하지 않으려다가 대박 무너지는 것보다는 risk가 있음을 알고 가끔씩 그것
에서 파생되는 아쉬움과 씁쓸함과 향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
다. 나쁘지 않다. 스스로에게 흡족한 결론이다.

어릴 때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막연하게 겁을 먹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존재였는데, 내가 선택한 태도는, 진짜 귀신이 있거나 없거나를
떠나서, 그저 존재를 인정하되, 넌 너대로, 난 나대로 살고 나에게 인식만 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뭐,
어때? 존재를 부정하진 않았으니, 적어도 나에게 기를 쓰고 존재를 어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싶은 그저
단순한 발상일 뿐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난 좀 덜 겁쟁이가 되었더랬다.

#2.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백일장의 모티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소중한, 맘에 썩 드는 '달'
모티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소중하다.

태양을 사랑하는 달, 곁에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달, 그러면서도 차츰 차츰 시간적 거리를 좁혀나가는 달,
어느날 작정하고 태양과 함께 떠오른 달. 태양의 빛에 휩쓸려버린 달. 깜짝 놀라서 점점 거리를 두다가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휩쓸릴 것을 알면서도 다시 조심조심 다가가는 달의 모티브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도록 간절했다. 그래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몇 번이고 모티브를 버릴 수 없었다.
2008/10/30 15:24 2008/10/30 15:24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noyervert.net/trackback/231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