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inal rhythm

분류없음 | 2008/10/28 15:34 | 박예진

#1.

역시나 사람이란 건 밤이 되면 감성이 더 예민해지는 건지 어제밤에 방황했던 나 자신과, 나를 이겨냈던 나에
대한 뿌듯함으로 아침을 맞았다. 당장 오늘밤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오만하게도, 날이 밝아오자 이런 식으
로 시간이 흐른다면 또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식으로 적응해나가는 거지뭐.

위대하고 절대적인 제로섬의 법칙에 따라, 나는 잊은 줄로만 알았던 벗의 전화번호를 다시 찾았다. 사실, 다시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만, 난 폰 고장나서 임시로 쓰던 폰 번호라고 그가 우기는 번호를 바뀐 번호라고 인식
하고 근 1년을 살아왔던 것. 1년간 연락이 매우매우 소원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반성 중이지만, 뭐, 어쩌겠
어. 할 수 없잖아? 그런 식이라면 1년간 연락이 소원했던 그에게도 책임이 있어! (본인은, 내가 바빠서 전화를
못 받을 것 같아서 전화를 못했던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2.

이틀 후의 미래인 어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어차피 제로섬의 법칙에 따라 다른 이가 너의 인생에 들어올거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우린 이렇게나 닮아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오로지 긍정은 아니었다.

"제로섬의 법칙에 따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을거야. 오히려 도합 positive가 될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빠져나간 사람들의 흔적까지 지워지진 않는다는 게 문제인거지."

인생 속에서 누군가 걸어나가면, 괴롭다. 그게 누구라도 당연한 거다. 나는 내가 적어도 속정이 깊다고 생각하
고 2*년 7개월 3주를 살아왔으니까. 상처도 흉이 쉽게 지는 나는, 겉뿐 아니라 속까지 흉이 쉽게 져서, 그게 꽤
나 오래가나보다. 흉이 진 곳은 비가 오거나 궂은 날이 되면 어김없이 쏙쏙거리면서 불쾌한 감정을 자아내곤
했는데, 역시나 흔적도 어떠한 계기에 따라 나에게 우울한 감정을 유발할 것임을 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흉이 작아지며 주변 피부에 동화되듯, 흔적도 그냥 무심한 빈자리가 될 뿐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지금 조바
심을 내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이 훗날 '현재'가 되었을 때 나는 더이상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시간의 흐름은 많은 것을 무심하게 만든다.  


2008/10/28 15:34 2008/10/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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